웹툰을 좋아하던 한 명의 독자에서 시작해, 콘텐츠 최전방에서 작가와 독자를 잇는 스토리텔러로. 한국 웹툰 콘텐츠 담당자 강수 님은 작품의 작은 요소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큐레이션 하며, 최고의 가능성을 가진 스토리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데이터와 감성을 넘나들며, 작품과 작가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강수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21년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합류했습니다. 특별한 배경이 있다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웹툰을 아주 좋아했어요. 애정하는 작품을 읽고 그다음 주를 기다릴 때는 큰 설렘과 힘을 얻기도 하였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독자분들께는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보람찰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지금도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독자분들이 흔히 ‘담당자’라고 부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웹툰 콘텐츠 서비스 전반의 실무를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재미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작가님과 함께 준비하여’, ‘연재 중 작품이 더 많은 독자분을 만날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작품 소싱의 경우 투고된 원고를 검토하는 편집회의를 비롯하여, 내부 라인업 니즈에 따라 ‘공모전’, ‘연재직행열차’와 같은 소싱 채널을 고안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좋은 작가님들을 찾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트렌드에 맞고 독자분들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 또한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담당자로 참여한 특집 ‘최애캐의 고민상담소’가 그 예시일 것 같습니다.
작품 연재가 확정되면, 각 담당자분이 작가님과 함께 타겟 독자분들께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원고에 대한 논의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이 론칭된 이후에는 기본적인 마감 관리뿐 아니라, 유저 데이터를 세세하게 살펴 푸시 타이밍이나 노출 방식을 설계해 더 많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좋은 방향성’이 무엇인지, 스토리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부분과 함께, 이를 뒷받침해 줄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콘텐츠 업무는 자칫 원인을 분석할 때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워서, 작품을 데이터 기반으로도 최대한 쪼개고 구체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일례로, 작가님과의 논의를 통해 남성 타겟 중심으로 접근한 작품이 있었는데요, 작품 오픈 후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여성 독자 리텐션/결제율도 높게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두 타겟 모두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표지와 원고 수정을 제안 드렸는데, 이후 실제로 클릭률과 타겟 반응이 크게 개선되었던 경험이 있어요.
이처럼 문제를 발견하면 데이터와 작품 이해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해결책을 빠르게 실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독자 반응과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기에, 작품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유저 리액션과 데이터 세부 요소들을 최대한 체크하며 작품을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님이 오랫동안 준비한 꿈과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닿아 즐거움을 주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과 원동력이 됩니다.”
어려움이 있다기보다는 작가님, 플랫폼, 독자, 세 가지 관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희의 의사 결정 하나, 다루는 작품 하나에도 각각의 주체가 중요시하는 점들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 고민이 더 깊고 뚜렷해야 저희의 의도를 다르게 전달하지 않고,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지점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고민을 거치면서 작가님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이야기가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큰 재미를 느껴요. 무엇보다 작가님이 오랫동안 준비한 꿈과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닿아 즐거움을 주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과 원동력이 됩니다.
SIU 작가님의 ‘신의 탑’ 외전인 ‘우렉 마지노’ 론칭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께서 ‘신의 탑’ 휴재에 들어가시면서 외전이나 스핀오프에 대해 고민하고 계셨는데요, 마침 저희도 주요 라인업 작품에 대해 고민하던 차라 작가님과 함께 해당 외전을 준비했어요. 수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독자분들의 의견도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까 작가님을 서포트하며 아이템 선정부터 원고 디벨롭, 로고 브랜딩, 마케팅 포인트 등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진행했답니다. 그 결과 론칭 일주일 만에 신작 랭킹 1위를 달성하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옛 향수를 느끼신 독자분들의 긍정적인 의견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저 역시 한 때 ‘신의 탑’을 보며 친구들과 몇 시간씩 이야기하곤 했던 독자였기에, 다시금 팬분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 무척 의미 있었습니다.
요즘 콘텐츠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작가님과 작품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나, 작품의 소구 포인트를 잡을 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분이 이 작품을 보시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자극적인 방법이나 쉬운 길을 택하고 싶어질 때도 있는데요, 그럴수록 저는 작품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작품의 캐릭터가 단순히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필요 이상의 자극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지 늘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작품이 만들어진 의미 즉, 본질을 지키는 것이니까요. 그런 부분이 작품과 서비스를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키고자 다짐하는 부분입니다.
“분명한 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아직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다만 분명한 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문제 상황을 정의하는 데에 강점이 있는 분도 있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분도 있으며, 실행력이 좋은 분도 있겠죠. 각자의 무기가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 무기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무기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여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다시 점검하며 끝내 해내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마다 스타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함께 방향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섬세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또 작가님뿐만 아니라 여러 유관 부서와 협업하며 작품 론칭까지 이끌어야 하므로, 부드럽게 협업할 수 있는 태도도 중요하죠.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이나 소통의 방향 하나하나가 작가와 독자,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창이자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의식하려고 합니다.
둘째는 ‘꾸준함’과 동시에 ‘관성적이지 않은 태도’예요. 결국 저희는 작가님의 옆에서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서포터잖아요. 그러므로 작가님이 지치지 않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곁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일을 관성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안주하지 않고, 늘 ‘이 작품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사소한 노력과 애정이 서비스와 콘텐츠에도 드러날 것으로 생각하여 매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찾으려고 해요.
웹툰 담당자는 결국 작가님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입장을 이해하고, 옆에서 든든히 서포트하려는 마음이 필요해요. 동시에 독자분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매력적인 작품을 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하고요.
결국 이 일은 ‘작가님을 존중하며, 독자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를 늘 잊지 않고 고민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콘텐츠 담당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더 복서’를 추천합니다. 특히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며 한계를 극복하는 '다케다 유토'라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소년 만화 주인공들이 가진 태도와 메시지를 좋아해서 해당 에피소드를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